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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의 성지 수메리안 레코드(Sumerian Record)의 수장 베일 오브 마야(Veil of Maya)가 현지 시각 5월 12일 정규 7집 [M]other를 False Idol가 나온 지 6년 만에 발매하였다. 코로나 사태가로 인해 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밴드들이 음악 활동에 제약을 받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평균 2.2년마다 앨범을 냈던 이들이 처음으로 6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낸 이번 앨범은 어떤 형태를 갖추고 있을까?
[M]other
베일 오브 마야는 젠트를 좋아하는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극히 나뉘는 밴드들 중에 하나이다. 멤버 구성원들이 몇 번 바뀌면서 지금의 모습이 정착이 되긴 했지만 찐팬들을 제외하고는 가장 유명한 2015년작 Matriach의 Mikasa 외 언급되는 곡들은 그리 많지 않다(이들의 열성적인 팬까지는 아니더라도 필자는 Whistleblower와 싱글 Outrun 또한 즐겨 듣는다) 이런 애매한 포지션에 있는 이들의 새 앨범 [M]other에서는 어떤 곡들이 포진되어 있을까?
첫 시작인 Tokyo Chainsaw는 일본 애니메이션인 체인소맨에서 영감을 받아서 그런지 이들이 가지고 있던 공격적인 리프와 무거운 튜닝이 한 층 더 돋보인다. Artificial Dose는 중간부터 나오는 클린 보컬이 BMTH 스타일을 연상케 하지만 곧이어 나오는 두 번째 싱글이었던 Godhead에서는 마크(Marc Okubo)의 잘 짜인 프로그램 사운드에 멋스러운 브레이크 다운 위에 루카스(Lukas Magyar)의 그로울링과 스크리밍이 조화를 이루는 전형적인 젠트를 들을 수 있다. 마크의 기타가 슬슬 돋보이기 시작하며 초반 프로테스트 더 히어로(Protest the Hero)가 생각나는 [re]connect를 지나면 싱글들 중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렸던 신스와 클린보컬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Red Fur가 나온다. 개인적으로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러워진 클린 보컬의 비중을 생각해 보았을 땐 매우 성공적인 도전이었으며 오히려 이들만의 독창적인 사운드를 형성하는데 더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본다. 그래서 팝스러우면서 젠트의 면모도 지니고 있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곡을 듣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다음 트랙인 Disco Kill Party와 함께 추천한다. Disco Kill Party는 Mikasa 식 젠트 트랙이긴 하지만 헤드뱅잉보단 어깨를 들썩이는 게 더 어울리기에 추천하는 것이다. Mother Pt.4는 이번 앨범에서 베일 오브 마야식 어둡고 몽환적인 특징을 가장 잘 살린 곡으로 이들만의 기승전결이 가장 잘 표현되었다고 할 수 있다.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구성을 지니고 있기에 절과 구마다 파트별 특징들이 눈에 띄는 특징을 갖추고 있다. Synthwave Vegan은 이번 앨범에서 가장 헤비한 트랙으로 클린 보컬이 배제된 전통적인 젠트를 선사한다. 그렇기에 골수 젠트팬이거나 베일 오브 마야의 히트 트랙들 중 헤비니스 강조가 많이 된 곡들을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필청 해야 하는 트랙이다. Lost Creator는 최근 어거스트 번즈 레드(August Burns Red)의 Death Below 앨범의 Reckoning을 떠오르게 하는 멜로디를 지니고 있으며 Death Runner의 후반부 여운이 남는 인스트루먼탈로 35분여 시간이 마무리된다.
정체성 확립에 이은 안정화
전작 False Idol까지는 앨범 내 필러 트랙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특히, Matriach는 서너 곡을 빼고는 모두 그 밥에 그 나물, 술에 술 탄듯한 트랙들 범벅이었다. 곡의 편차가 심히 컸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필러라고 할 수 있는 트랙들이 거의 없다. 앨범이 나올 때마다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 트랙이 없어 놀랐다. 또한, 35분이라는 시간이 길지도 짧지도 않고 적당히 느껴졌다는 점에서도 이번 앨범은 지금까지 나온 다른 앨범들에 비해 매우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모던 젠트를 경험하고 싶은 분들은 지체하지 마시고 앨범 전체를 지금 당장 들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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