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페리퍼리(Periphery), 젠트가 더 이상 장르가 아니라고 한 이유

by KorVette 2023. 3. 15.
반응형

Periphery V: Djent is not a genre
Periphery V: Djent is not a Genre

모던 메탈 프런티어, 페리퍼리

젠트(Djent)의 상징 중 하나인 페리퍼리(Periphery)는 2005년, 미국의 워싱턴 D.C에서 결성된 밴드로 독특한 작곡과 보컬 Spencer Sotelo의 창법은 물론 옥타브를 뛰어넘는 뛰어난 가창력으로 현 메탈씬의 중추역할을 하고 있다. 멤버들이 2021년에 새 앨범을 작업 중이라고 SNS에 포스팅을 한 지 3년여 시간이 지난 2023년 1월 12일, Wildfire 뮤직비디오와 Zagreus 두 곡을 선보였다. 이들의 신곡은 정규 6집인 Periphery IV: Hail Stan을 발매한 지 4년여만으로 두 곡을 동시에 공개한 것은 이들의 커리어에서 이번이 처음 있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두 곡 모두 지금까지 들려준 것과 마찬가지로 이들만의 전형적인 파워풀한 곡이었으며 근 한 달 후 마지막 싱글인 Atropos가 소개되었다. 그리고 3월 10일, 대망의 정규 7집이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Djent is Not a Genre

트랙들을 살펴보기 전, 앨범명을 먼저 거론해야 할 것 같다. Juggernaut 시리즈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페리퍼리의 정규 앨범은 모두 밴드명 뒤에 숫자와 부재가 달려 있었다. 이번 앨범의 부재는 Djent is not a genre로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젠트는 장르가 아니라는 것이지만 이 말을 구체적으로 파헤쳐 보자면 젠트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종식시키는 발언이라고 본다. 현재 메탈 씬에서는 밴드나 곡들이 단일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 예를 들어, 메탈코어만 보더라도 메탈의 하위장르와 하드코어의 합성어인데 여기서 메탈은 다양하게 접목이 될 수 있다. 젠트의 경우 메슈가의 기타리스트 프레데릭 토르덴탈이 극한의 로우 튜닝 음을 지칭하는 것이 시발점이었으며 이 것만으로 특정 장르를 지칭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튜닝의 특성은 장르의 변화가 아닌 멜로디의 특징이라는 점에서 페리퍼리는 젠트가 더 이상 특정 장르가 아닌 현 메탈 씬의 공통된 특징이라는 것을 표명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페리퍼리의 음악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들의 음악은 보통 프로그레시브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메탈이다. 특히나 이번 앨범은 발매 전부터 여러 인터뷰를 통해 멤버들은 프로그래시브 색채가 강한 앨범이라는 것을 밝혀왔다. 앨범의 러닝타임만 보더라도 70분을 약간 웃도는데 이는 이들의 커리어에서 러닝타임이 가장 긴 작품이다. 세 개의 트랙을 제외하고는 7분이 넘는 트랙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지막 두 곡 Dracul Gras와 Thanks Nubuo는 10분이 넘는 대곡들이다.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각 트랙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선공개된 Wildfire는 6집의 타이틀 트랙인 Blood Eagle의 연장선으로 전형적인 페리퍼리의 빠른 템포를 살린 곡이다. 지금까지 페리퍼리가 보여준 것들과 다른 부분이라면 후반부의 피아노와 색소폰이 타이트한 긴장감을 풀어주며 분위기를 전환한다는 것이다. 재즈의 감미로움이 페리퍼리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자마자 투 비트의 무지막지한 드러밍과 기타로 마무리를 짓는다. 두 번째 곡은 마지막 싱글이었던 Atropos인데 5집의 Remain Indoors와 6집의 Garden in the Bones가 연상되는 멜로디에 하드 비트가 어우러진 곡이다. 선공개된 곡들 중 보컬 소텔로의 가창력이 가장 돋보이는 곡이라고 생각하는데 시종일관 창법이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중간에 오토튠을 쓴 목소리도 나오는데 이를 통해 소텔로의 보컬 레인지가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게 한다. 음악뿐만 아니라 인물과 배경을 교차하는 화려한 비주얼 뮤직비디오도 매우 인상적이다. Wax Wings는 마크 홀콤스의 멋진 레가토로 시작하는 트랙으로 후반부 소텔로의 깔끔한 고음은 5집의 Absolomb를 연상케 한다. 전형적인 Metalcore 식 구조를 지닌 Everything is Fine은 다양한 이펙터로 중무장되어 있는 매우 헤비한 곡으로 미샤 만수르의 페달 사용은 마치 밴드 Gojira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중간중간 맷 헬펀의 드러밍은 6집의 Chvrch Bvrner와 흡사하다. 제이크 브라운이 본인의 솔로 프로젝트에서 보여준 팝과 엠비언트가 물씬 나는 Silhouette은 페리퍼리식 발라드이며 Dying Star은 Was Wings와 비슷한 재즈/젠트 느낌에 팝을 더한 곡이라고 할 수 있다. Zagreus는 Wildfire와 함께 공개된 싱글로 2020년 슈퍼자이언트 게임스에서 발매한 게임 하데스(Hades)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곡으로 제목 Zagreus는 이 게임의 주인공 이름이다. 페리퍼리식 변칙 리듬과 멜랑꼴리한 기타 솔로가 특징인 이 트랙 뒤로 Dracul Gras는 이들의 곡 Strange Things, Habitual-Linestepper 그리고 Reptile을 한데 어우른 것 같은 대곡으로 헬펀의 빈틈없이 정교한 드러밍이 눈에 띈다. 또 다른 대곡이자 마지막 트랙인 Thanks Nubuo는 모든 멤버들의 기교가 균형 잡혀있으며 독특하게 메이저 스케일로 분위기를 한 껏 들어 올리면서 긴 여운을 남기는 곡이다. 역대 가장 긴 아웃트로를 가진 이 곡은 극후반부에서 라디오헤드의 정규 4집 Kid A 분위기를 이끌어내기에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VI를 위한 숨 고르기

솔직히 말해 이번 작품을 이들 최고의 앨범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페리퍼리가 많은 시도들을 하긴 했지만 그 시도들은 기성 밴드들이 보여주었던 특징들이었기 때문이다. 가령, 피아노와 색소폰은 본 오브 오시리스(Born of Osiris)가, Wax Wings와 Dying Star는 인터벌스(Intervals)와 플리니(Plini)가, 마지막으로 Thanks Nubuo는 프로젝트 밴드였던 The Helix Nebula가 보여주었던 음악들에 가깝다. 또한, 이번 앨범에서는 각 곡들마다 아웃트로가 의외로 긴데 특히 마지막 곡 Thanks Nubuo는 곡이 끝나고 4분 동안 엠비언트로만 트랙을 채워놓았다. 이는 곡의 분위기는 자아낼 수 있어도 청자를 지루하게 만들 수 있다는 양날의 검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만 말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이 앨범이 수작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의심할 여지없이 이 앨범은 페리퍼리의 정수가 담겨있는 작품이다. 단지, 너무 프로그래시브에 초점을 맞추어 그간 보여주었던 창의력이 돋보이는 작곡능력이 이 전과 다르게 많이 보이지 않을 뿐 지금까지 보여준 전형적인 페리퍼리인 것은 확실하다. 어떻게 보면 이번 앨범은 그들의 행보를 상기하는 작품으로 다음 앨범에서 도약하기 위한 숨 고르기라고 본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텔로의 가창력과 헬펀의 드러밍은 더 발전하고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걱정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다음은 어떨지 기대할 뿐.

 

Periphery V: Djent Is Not a Genre Tracklist

 

1 Wildfire

2 Atropos

3 Wax Wings

4 Everything is Fine!

5 Silhouette

6 Dying Star

7 Zagreus

8 Dracul Gras

9 Thanks Nubuo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