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드디어 베일을 벗은 메탈리카(Metallica)의 72 Seasons가 현지시각 4월 14일에 공개되었다. 앨범 타이틀인 72 Seasons은 72번의 계절, 곧 햇수로 18년이라는 말이다. 그럼 이 18년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미 '음악적으로' 제임스 햇필드(James Hetfield)가 한 인터뷰를 통해 이에 대한 설명을 했지만 음악적인 것을 떠나 메탈리카를 기준으로 한 번 살펴보기로 하겠다. 2019년 3월 호주의 음악일간지인 The Music에서 베이시스트 로버트 트루히요(Robert Trujillo)는 메탈리카가 새 앨범을 위한 간단한 재밍을 하고 있다고 인터뷰를 했다. 새 앨범을 준비하기 시작한 2019년을 기준으로 18년 전인 2001년은 前 베이시스트였던 비운의 사나이 제이슨 뉴스테드(Jason Newsted)가 메탈리카를 떠난 해이다. Reload 이후 더 이상 메탈리카에 대한 헌신이 큰 의미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뉴스테드는 멤버들 중 그나마 가장 우호적이었던 커크 해밋(Kirk Hammett)에게 한 통의 전화를 끝으로 메탈리카와의 동행을 마감하게 된다. 당시, 이 사건은 음악계에서 매우 큰 이슈였는데 투어 중 죽은 원년 멤버였던 클리프 버튼(Cliff Burton)의 아성에 가려져 있던 뉴스테드가 평소 메탈리카 내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는다는 말이 많았고 실제로 몇 가지 사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명은 죽음으로, 한 명은 자진탈퇴로 두 번이나 베이시스트를 놓친 메탈리카는 충격에 빠지게 되는데 특히 햇필드는 본인의 대인관계에 대한 실의와 회의감을 느끼고 더 이상 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알코올중독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뉴스테드가 나가고 2년 후인 2023년, 지금의 베이시스트인 트루히요가 합류하게 된다. 따라서, 이 앨범은 뉴스테드가 떠나고 18년이 지난 시점에 언급된, 싱글 Lux Æterna가 공개된 2022년 기준으로 트루히요가 합류한 지 18년이 되는, 현재를 기준으로 후기 메탈리카에게 있어 분수령이 되는 인연, 즉 멤버 교체에 대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본다.
72 Seasons
이미 선공개된 네 곡 Lux Æterna, Screaming Suicide, If Darkness Had a Son, 72 Seasons의 곡들에 대한 분석은 건너뛰기 다른 곡들과 전체적인 느낌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기본적으로 전작 Hardwired... to Self-Destruct의 사운드를 기반으로 초창기의 구성을 지녀 트랙들이 매우 길어졌다. 위 네 트랙들이 아닌 곡들 중 처음으로 맞이하게 되는 Shadows Follow는 이런 특징에 Death Magnetic의 느낌도 약간 지니고 있는 곡이다. Sleepwalk My Life Away는 트루히요의 베이스로 시작하는 트랙이며 You Must Burn!은 메탈리카 앨범에서 최초로 트루히요의 보컬이 피처링이 된 곡으로 공개 전 메탈리카 멤버들이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 곡이다. Crown of Barbed Wire는 Sad But True와 The Day That Never Comes를 약간씩 참고한 느낌이 나는 곡으로 메탈리카만의 느리지만 묵직한 맛이 드러나는 곡이다. 기타 솔로가 돋보이는 Chasing Light는 브리지 부분이 한국 메탈밴드 Crux의 Passive/Aggressive 인트로와 비슷하여 필자를 살짝 놀라게 하였고 Too Far Gone?은 중독성 있는 후렴구를 가진 트랙으로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에서 가장 적당한 길이의 후기 메탈리카의 사운드를 가장 잘 나타내는 트랙이라고 본다. 익살스러운 인트로를 가진 Room of Mirrors 이후 마지막 곡 Inamorata에서는 이 앨범에서 유일무이하게 메탈리카의 새로운 면들을 볼 수 있는 트랙이다. 우선, 메탈리카 역사상 최장곡이며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완급조절을 철저하게 지킨 록발라드에 가까운 사운드를 가지고 있다.
노장은 죽는다. 명성이 죽지 않을 뿐
어느 밴드나 전성기와 하락기를 갖게 된다. 메탈리카는 하락기를 정의하기 어려운데 Black Album 이후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논란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Death Magnetic에서 보여주었던 희망이 누군가에겐 전작에 이어 지금까지 이어질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전작과 함께 큰 실망으로 와닿을 수도 있을 것이다. 평가는 각자의 몫이지만 우리가 알아야 하는 사실은 메탈리카가 데뷔한 지 올해로 42년이며 멤버들의 평균 연령대는 50대 후반이다. 메탈리카와 함께 쓰래쉬 BIG4로 유명한 다른 밴드들 또한 마찬가지이며 그중 슬래이어(Slayer)는 더 이상 활동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노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필자는 노장은 죽지 않는다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노장도 사람이기 때문에 언젠간 반드시 죽는다. 다만, 그들의 명성이 죽지 않을 뿐이다. 메탈리카는 음악역사상 위대한 밴드들 중 하나이다. 이들의 음악적 노선이 어떤 방식으로 변하든 이런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완전 베테랑인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이들이 작업을 대충할리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72 Seasons는 다소 지루할 수 있을지언정 들을만한 가치가 있는 앨범이다. 적어도 St. Anger같은 앨범은 아니니 어느 정도는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보장할 수 있으니 인생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이 작품을 감상해 보길 권한다.
72 Seasons Tracklist
1. 72 Seasons
2. Shadows Follow
3. Screaming Suicide
4. Sleepwalk My Life Away
5. You Must Burn!
6. Lux Æterna
7. Crown of Barbed Wire
8. Chasing Light
9. If Darkness Had a Son
10. Too Far Gone?
11. Room of Mirrors
12. Inamor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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