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영국밴드 Radiohead(이하 라디오헤드)가 2007년 발매작 In Rainbows를 통해 팬들에게 보여준 3가지를 알아보자.
1.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기악의 조화
여러 전문가들과 매체가 말한 2007년 최고의 앨범이자 궁극의 락과 일렉트로닉의 조화라는 것을 증명하는 일등공신은 당연 다양한 악기들이 선사하는 멜로디라고 할 수 있다. In Rainbows는 Kid A부터 Hail to the Thief까지 보여준 라디오헤드의 다수의 악기 조합은 결실을 맺는 종착지이다. 미니멀 드럼이 돋보이는 15 Step, 파이노와 실로폰이 매력적인 All I Need, 통기타와 스트링의 깔끔한 사운드로 이루어진 Faust Arp, 여러 타악기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Reckoner 등 여러 악기들이 한데 어우러진 아름다운 곡들이 포진되어 있다. Bodysnatcher처럼 전형적인 모던록 곡도 있으며 앨범을 마무리 짓는 Videotape의 쓸쓸한 피아노 소리는 여운을 남긴다.
2. 걸작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라디오헤드는 라이브 공연 시 정식으로 발표하지 않은 곡들을 서슴없이 연주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밴드이다. 따라서 라디오헤드의 오랜 팬이라면 지금까지 이들이 얼마나 많은 미공개곡들을 라이브로 들려주었는지 알 것이다. 정규앨범인 In Rainbows에서 이런 곡들이 당당히 트랙리스트에 실려있는데 차이점이 있다면 라이브 때 보여준 것이 새싹이었다면 이 앨범 속에서는 꽃을 피웠다는 것이다. 15 Step, Nude, All I Need 그리고 Videotape이 대표적인 곡들인데 그중 5집 앨범 이후 라이브 공연 시 여러 번 연주하였던 곡 15 Step과 3집의 비사이드 데모곡인 Nude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한다. 5집 Amnesiac 때 만들어진 15 Step은 리듬이 매우 돋보이는 곡으로 5/4 박자인 독특한 곡이다. 처음에는 드럼프로그래밍만으로 만드려고 했으나 2006년 공연 중 옥스퍼드에서 아이들의 실제 박수소리와 함성을 포함시킴으로써 라디오헤드의 가장 역동적인 오프닝곡이 완성되었다. Nude는 3집 OK Computer 때 만들어진 데모곡인 점을 감안했을 때 정규발표곡이 되기까지 1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처음 제목은 Big Ideas였으나 편곡과 개사를 수없이 반복하며 다듬은 끝에 초기의 빠르고 높았던 퓨전 재즈였던 곡이 부드럽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곡으로 변모하여 우리들의 귀를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3. 음악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다
이 앨범이 갖는 의의 중 가장 먼저 언급을 해야하는 것은 아무래도 음반사와 관련된 상업성으로부터의 탈출이다. 데뷔작부터 6집까지 함께했던 대형 음반사 EMI와 헤어지게 된 계기는 라디오헤드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당연히 회사 입장에서는 수익을 생각할 수밖에 없기에 음악성보다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어 밴드들에게 잘 팔릴만한, 대중의 입맛에 맞는 음악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한다. 그 어떤 음악가도 이런 요구를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실, 라디오헤드는 단 한 번도 대중의 입맛에 맞는 음악을 한 적이 없는 밴드이다. 그들은 언제나 본인들이 원하는 음악을 했으며 그랬기에 그들의 음악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울림을 주었던 것이다. 결국, 오랫동안 함께 했으면서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EMI는 '돈에 얽매이지 않는' 라디오헤드를 구속할 수 없었다. 이렇게 나온 라디오헤드는 매우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주었다. 본인들의 홈페이지에서 In Rainbows 곡들을 무료로 다운로드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정확하게는 원하는 만큼 지불하고 다운로드를 할 수 있는 형식이었는데 이는 음악 역사상 전무후무한 충격적인 사건으로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음반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임과 동시에 라디오헤드의 정체성을 여과 없이 보여준 대형 이슈였다. 재미있게도 특별한 홍보도 없이 진행된 In Rainbows 다운로드 수익과 오프라인 판매 수익은 EMI에서 마지막으로 만든 그 전작 Hail to the thief 수익을 훨씬 초과하는 경이로운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이런 금전적 결과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아티스트가 본인을 방해하는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롯이 작업에 몰두했을 때 얼마나 대단한 퀄리티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In Rainbows가 음악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이유는 음악에 진심인 본인들의 색채를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음원 배포 형식이 큰 이슈가 된 앨범이지만 음악을 순수 음악으로 대하는 자세가 반영된 앨범이라 할 수 있다. 마치 유명한 독일 철학자 칸트가 말한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처럼 말이다.
In Rainbows Tracklist
1 15 Step
2 Bodysnatchers
3 Nude
4 Weird Fishes/Arpeggi
5 All I Need
6 Faust Arp
7 Reckoner
8 House of Card
9 Jigsaw Falling into Place
10 Videot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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